조직이나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고립보다는 연결이 해답이 됩니다. 고사성어 ‘합종연횡(合從連衡)’은 다양한 세력 간의 유기적 협력과 전략적 연대를 상징하며, 오늘날 기업과 사회의 네트워크 관계를 설명하는 데 적합한 철학입니다. 이 글에서는 합종연횡의 유래와 현대적 적용 방식, 그리고 유기적 관계 형성이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탐구합니다.
합종연횡의 유래 – 전국시대 외교의 전략적 사유
‘합종연횡(合從連衡)’은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에 등장한 외교 전략으로, 당시 7국이 각기 **진나라(秦)**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을 맺거나 해체하며 탄생한 개념입니다.
- 합종(合從): 남북 연합 전략, 약소국들이 힘을 모아 진나라를 견제함
- 연횡(連衡): 동서 연결 전략, 개별 국가들이 진나라와 각각 동맹을 맺으며 독자노선 선택
이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목적에 따라 전략적으로 협력 또는 경쟁하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단순한 연합이나 통합을 넘어서, 관계 속의 역학과 판단력을 중시한 정치 철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이 개념은 기업의 제휴, 조직 내 협업, 파트너십 운영 등 다양한 경영 환경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고사성어이지만, 전략적 사고와 유연한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유기적 관계의 본질 – 고립보다 연결, 독점보다 상생
현대 사회와 기업 환경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공급사, 개발사, 마케팅 채널이 연결되고,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와 창작자, 광고주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유기적 관계입니다. 이는 단순히 함께 일하는 수준을 넘어, 역할 분담과 상호 존중, 공동 목표에 대한 이해가 포함된 협력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애플과 폭스콘은 제조와 기술 개발이라는 분업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성공이 곧 자신의 이익이 되는 유기적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합종연횡적 사고를 통해 가능해집니다. 상황에 따라 협력과 자율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필요시 전략적으로 동맹을 바꾸는 사고가 요구됩니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젝트 팀 구성, 외부 파트너 협력, 자영업자 간 네트워크 등은 모두 단단한 유기적 관계 위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조직의 조건 – 전략적 연대와 신뢰 기반
합종연횡은 단순한 편의적 동맹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연대가 되어야만 효과를 발휘합니다.
예컨대, 오늘날 많은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면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단순히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공급자, 지역사회, 환경 등 모든 파트너와 상호작용하며 지속 가능한 관계를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유기적 관계는 일시적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 신뢰와 상생의 바탕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 관계는 특히 빛을 발합니다. 평소 단단한 관계를 유지했던 파트너, 고객, 내부 직원은 위기 상황에서도 충성도와 협력의 기반이 되어 회복을 돕습니다.
즉, 합종연횡은 단순히 과거의 외교술이 아니라, 지금의 경영전략에서 꼭 필요한 관계 설계의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합종연횡’은 단순한 고사성어가 아닙니다. 변화가 빠르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관계를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유연하게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조직의 핵심 역량입니다. 유기적인 협력 구조는 곧 신뢰와 지속성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경쟁력으로 전환됩니다. 고립된 개인과 기업은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이제는 ‘함께 갈 수 있는 관계’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