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패를 막고 향을 빚는 곰팡이, 가쓰오부시 곰팡이
썩기 쉬운 생선을 몇 달에 걸쳐 돌처럼 단단한 감칠맛 덩어리로 바꾸는 존재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일본 요리의 근간을 이루는 가쓰오부시는 바로 이 과정에서 활약하는 가쓰오부시 곰팡이의 작품이다. 놀랍게도 이 곰팡이는 식품을 상하게 하는 대신, 오히려 산화를 막고 향을 더해 보존성과 풍미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가쓰오부시 곰팡이의 활용 역사와 독특한 생리적 전략, 인류 식문화에 남긴 흔적, 그리고 앞으로의 응용 가능성을 살펴본다.
1. 발견의 역사 — 보존을 위한 전통, 그리고 곰팡이의 역할이 밝혀지기까지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잡은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살을 찐 뒤 가열 건조(배건)하는 '부시' 가공법을 이어왔다. 가쓰오부시라는 이름 자체가 '가다랑어(가쓰오)'와 '찐 뒤 배건한 것(부시)'을 합친 말로, 이는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 인류가 발효와 건조를 결합해 만들어낸 생존형 보존 기술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 보존 과정에서 표면에 자연히 피어나는 곰팡이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경험적으로만 알려져 있었을 뿐, 과학적으로 상세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가쓰오부시 제조 공정과 그 안에서 곰팡이가 수행하는 구체적 기능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대표적 문헌으로는 **1991년 무라오 사와오 등이 저술한 『생활과 미생물』(바이후칸)**이 꼽힌다. 이 문헌은 가다랑어를 3장으로 뜬 뒤 찌고, 80~85℃에서 수차례에서 수십 차례 반복해서 배건하고, 이후 상자에 밀폐해 곰팡이 피우기를 4~5회 반복하는 정교한 제조 공정을 상세히 기록했다. 이처럼 오랜 세월 경험으로 전승되던 전통 기술이 20세기 후반 식품미생물학의 발전과 함께 비로소 공정 하나하나의 과학적 근거를 갖추게 된 것이다.
흥미롭게도, 가쓰오부시 자체가 만들어내는 감칠맛의 화학적 정체 역시 비슷한 시기에 과학적으로 규명된 바 있다. 1913년, 도쿄 데이코쿠대학교의 고다마 신타로 교수는 가쓰오부시에서 이노신산이라는 감칠맛 물질을 발견했다. 이는 1908년 다시마에서 발견된 글루탐산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명된 감칠맛 물질로, 가쓰오부시가 단순한 보존식품을 넘어 감칠맛의 과학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생리적 특성 — 자신의 생존이 곧 보존과 향미로 이어지는 곰팡이
가쓰오부시 곰팡이는 **누룩곰팡이 계열에 속하는 균류(진균)**로, 세균과 달리 균사로 이루어진 몸을 지니고 포자를 통해 번식하는 전형적인 곰팡이의 생활사를 따른다. 그러나 이 곰팡이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한 번식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한 대사 활동이 고스란히 식품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독특한 구조에 있다.
첫째, 수분을 스스로 흡수해 보존성을 높인다. 배건을 마친 부시는 수분이 20~22%까지 줄어들지만, 이 정도의 수분만으로도 부패할 위험이 남아 있다. 이때 성장을 위해 수분이 필요한 가쓰오부시 곰팡이가 표면에 자리 잡아 부시 속 수분을 천천히 흡수하면서, 결과적으로 장기 보존이 가능한 수준까지 건조도가 높아진다.
둘째, 리파아제라는 지방분해효소로 불필요한 기름을 제거한다. 가다랑어에는 대량의 지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가쓰오부시 곰팡이는 리파아제를 분비해 이 지질을 지방산으로 분해하고, 분해된 지방산을 자신의 성장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 결과 가쓰오부시를 우려낸 국물에는 불필요한 기름이 뜨지 않는다.
셋째, 지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항산화 효과가 발생한다. 가쓰오부시에는 전체 지질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고도불포화지방산인 도코사헥사엔산(DHA)이 풍부한데, 이런 지방산은 원래 쉽게 산화되는 성질을 지닌다. 그런데 가쓰오부시 곰팡이가 지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항산화 물질이 함께 만들어지기 때문에, 장기간 보존해도 산화로 인한 품질 저하가 일어나지 않는다. 곰팡이의 생존을 위한 대사 부산물이 우연히 식품 보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넷째, 특유의 발효 향을 더한다. 갓 깎아낸 가쓰오부시의 향기 성분은 400종류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다랑어 고유의 향, 찌는 과정에서 당과 아미노산이 반응해 발생하는 마이야르 반응향, 배건 시의 훈연향에 더해 곰팡이 피우기 공정에서 생성되는 발효향까지 겹겹이 쌓여 복합적이고 오묘한 풍미를 완성한다.
3. 인류 삶에 대한 기여 또는 변화 — 보존 기술에서 감칠맛 문화로
① 냉장 기술 이전 시대의 생존형 보존 기술 찌기·배건·곰팡이 피우기로 이어지는 복잡한 제조 공정은, 냉장 시설이 없던 시대에 단백질 식품을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정교한 생물학적 해법이었다.
② 일본 감칠맛 문화의 두 축 중 하나 다시마의 글루탐산과 가쓰오부시의 이노신산이 함께 어우러지면 감칠맛이 뚜렷하게 강해지는 '감칠맛의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일본 요리 특유의 맛국물(다시) 문화의 과학적 토대가 되었다.
③ 식품 보존과학에 던지는 실용적 통찰 지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항산화 물질이 함께 생성된다는 원리는, 미생물의 대사 활동을 이용해 식품의 산화·부패를 억제하는 천연 보존 기술의 실제 사례로서 식품과학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④ 정교한 발효 공정의 표준화 4~5회에 걸친 곰팡이 피우기 반복 공정이 체계적으로 기록되고 표준화되면서, 가쓰오부시는 품질 편차가 큰 전통 자연발효 식품에서 예측 가능한 품질을 갖춘 산업 제품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4. 미래 전망 — 전통 보존 기술에서 첨단 식품과학으로
가쓰오부시 곰팡이가 지닌 독특한 대사 전략은 전통 식문화를 넘어 여러 분야로 응용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 천연 항산화 기술의 확장: 지질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항산화 물질의 작용 원리를 규명해, 고도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다른 식품의 보존 기술에 응용하려는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리파아제 효소의 산업적 활용: 가쓰오부시 곰팡이가 생산하는 지방분해효소는 식품 가공을 넘어 화장품이나 바이오연료 등 지질을 다루는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 발효 향 성분의 정밀 분석과 재현: 400여 종에 이르는 향기 성분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천연 감칠맛·훈연향 소재를 개발하려는 식품 향료 연구가 확대될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
- 발효 공정의 자동화·표준화: 수 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곰팡이 피우기 공정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스마트 발효 기술을 통해,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생산 기간을 단축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 생선을 보존하기 위한 절박한 지혜에서 출발해, 이제는 항산화 원리와 400여 종의 향기 성분까지 정밀하게 규명된 가쓰오부시 곰팡이의 여정은, 부패를 막던 미생물이 결국 한 나라의 맛의 근간을 빚어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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